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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애(愛)'

'애(愛'는 철학의 연구 대상이며 시인들의 애장품과 같은 것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허드슨 강가의 이른 아침이다. 산책에서 마주친 백인 여자 하얀 어깨 위에 '愛(애)' 자 문신이 눈길이 간다. 백인 여자는 중국 글씨인 '애' 자를 어깨에 왜 새겼을까?

시도반은 허드슨 강가의 30년 전 백인 여자의 어깨 문신에 의문을 갖는다. 학인은 '애'에 대하여 말한다. '애'는 질문이 많다. '애'는 사랑하는 것이다. 말이 많은 '애', 말수가 적은 '애', 시를 제법 쓰는 문예반 '애'.

우리는 '애' 속에 살고 있다. 재미있는 '애' 말을 한다.

다시 궁금하다. 미모의 백인 여자는 동양의 남자와 무슨 관계가 있었을까?. '애' 자를 새긴 30대의 여자는 왜 혼자서 이른 아침 산책을 할까?. 애인은 동양에 있으며 혼자서 고향 뉴욕집에 온 것일까?. 추리는 적절한 답을 못 낸다. 유추, 분명한 것은 동양의 남자와 관련 문신일 것이다.

중국,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의 남자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아니다. 여자는 언어(言語)를 사랑하므로 한자어인 '애'라는 글자에 애착 있었을 것이다. 선명하게 보이는 어깨 위에 멋으로 새겼을 수도 있다. 언어에 '애(愛)'를 할 수 있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상상의 나래일 뿐이다.

248년 전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애(愛)'를 그렸다. 출판된 책은 유럽을 술렁거리게 했다. 왕족이든 귀족이든 너 나 할 거 없이 서로 읽어댔다. 세계최초의 베스트셀러라는 평도 얻어냈다. 저자인 괴테는 인세를 많이 받아 부를 축적할 것 같지만 그러지 못했다. 당시의 출판도 애송이 작가인 괴테에게 인세를 인색하게 주었다.

유럽 전역에 해적판이 나돌아 괴테에게 돌아온 것은 유명세 뿐이었다. 보답의 결과라면 소설을 보고 감탄한 바이마르 공화국 고위 귀족인 칼 폰 아우구스트 공작이 그를 초청해 공무원으로 고용했다. 괴테는 3년을 공무원으로 지내면서 돈을 두둑이 받았다.

자유인 괴테는 공무원이 지겨웠다. 공작에게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면서 공무원을 그만두었다. 괴테의 나이 30이었다. 아우구스트 공작은 나중에 괴테를 친구같이 여겨 늘그막까지 친하게 지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애(愛)'를 절절히 그린 소설이다.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이 책을 가지고 다녔다. 16번을 읽고 또 읽었다. 나폴레옹은 이 책을 토대로 소설을 써봤다. 뜻대로 써지지 않았다. 독일을 점령한 나폴레옹은 괴테와 만나는 만족을 가졌다.

문학작품에서 ‘애’는 다양하다. 겸허한 사랑은 포학보다 훨씬 위력적이고 경외 시 되는 힘이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삶에 대한 절망 없이 삶에 대한 사랑은 있을 수 없다. (알베르 카뮈) 사랑할 때는 사상 따윈 문제가 아니다. 내 사랑하는 여인이 나와 똑같이 음악을 좋아하느냐도 문제가 아니다. 결국, 어느 사상에도 우열은 없다.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진리밖에 없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는 일이다. (로맹 롤랑). 사랑받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행복이다. (헤르만 헤세)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사랑이란 무한한 관용, 자세한 것에서 오는 법열, 무의식적인 찬미, 완전한 자기 망각. (J.샤르돈느) 영원히 사랑하지 않는 자는 사랑하는 자가 아니다. (에우리피데스) 사랑하라, 인생에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조르주 상드).

문학 속 '애'를 나열하면 노트가 100권으로 부족할 것이다. 성경에서 '애'는 특별하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성경의 대표적 '애'의 강조다. '애'를 그린 영화는 수를 세지 못한다.

근작 <영화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요아킴 트리에 감독)는 코미디 영화다. '애'를 그린다는 것은 '최악'과 '최고'라는 수식이 동반된다. '애'는 그만큼 어려운 것에 속한다. 성경이 '애'에 중심을 둔 것은 그만큼 과제가 크다는 증거다. 역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은 모두가 '애'를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혼자서 의식하고 혼자서 시간을 영위하는 것은 ‘애’에 대한 모독이 된다. '애'를 하는 것은 희망의 기회이자 인류에 대한 위대한 협력이다. '애'는 가족을 만들고, 동네를 만들고, 나라를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위대한 제품들은 애를 위한 물건들이다. '애'는 섬세한 감성의 마음이 하는 것들이다. '애'는 철학의 연구 대상이며 시인들의 애장품과 같은 것이다.

시간은 흘러 허드슨 강가의 백인 여성도 어언 나이가 60이 전후가 되었을 것이다. 여자는 어떤 모습의 '愛(애)'로 살고 있을까?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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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의 송승환 감독, 한국형 에든버러 축제 만든다
(서울=미래일보) 오나연 기자 = 한류 세계화의 시초인 '난타'의 제작자이자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연출자인 송승환 감독이 K-콘텐츠의 비상을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오는 9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2024 파주페어-북앤컬처'가 바로 그것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 행사에서 송승환 감독은 평창에 이어 다시 한 번 '총감독'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세계 유일의 북시티와 세계적 연출가가 함께 기획한 이번 파주페어는 한국의 다양한 창작 콘텐츠를 해외시장에 소개하고 수출하는 글로벌 마켓이며, 책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갈라쇼, 연극, 버스킹, 프린지 쇼케이스, 아트마켓 등 풍성한 볼거리들을 방문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송승환 총감독이 각별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이번 행사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프린지 페스티벌'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세계 최고의 공연예술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벤치마킹했다. 1947년 클래식과 오페라 같은 '고급' 공연 중심이었던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8개의 공연단체가 행사장 언저리(fringe)에서 소규모 공연을 벌였던 것이 프린지 페스티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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